이 장에서는 객체지향 설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역할, 책임, 협력에 관해 설명합니다.
객체들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특정한 역할을 맡고 역할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체지향이라는 말에서 클래스와 상속을 떠올리겠지만 4장을 읽고나면 역할, 책임, 협력이 객체지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객체지향에 갓 입문한 사람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객체가 가져야할 상태와 행동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개별 객체가 아니라 객체들 사이에 이뤄지는 협력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전체적인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객별 객체의 품질이 아니라 여러 객체들이 모여 이뤄내는 협력의 품질이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자는 객체들 간의 요청과 응답 속에서 창발하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한다.
협력이 자리를 잡으면 저절로 객체의 행동이 드러나고 뒤이어 적절한 객체의 상태가 결정된다.
협력
요청하고 응답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협력의 본질은 요청과 응답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이다.
협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던 중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요청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청에 응답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람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던 중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협력은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훌륭한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다양한 특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트 여왕이 만든 파이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하트 잭에 대한 공판이 열리는 법정 이야기*
재판 속의 협력
법정 이야기에서 왕이 모자 장수로부터 증언을 듣는 과정을 요청과 응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요청함으로써 재판이 시작된다
- 왕이 하얀 토끼에게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한다
- 왕의 요청을 받은 토끼는 모자 장수에게 증인석으로 입장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함으로써 토끼의 요청에 응답한다
- 모자 장수의 입장은 왕이 토끼에게 요청했던 증인 호출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 이제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증언함으로써 왕의 요청에 응답한다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는 말은 왕이 재판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재판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왕이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이유는 토끼가 목격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목격자를 부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책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는 어떤 객체가 어떤 요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책임이 불분명한 객체들은 애플리케이션의 미래 역시 불분명하게 만든다. 명확한 책임이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객체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용 서비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즉,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와(아는 것의 측면)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하는 것의 측면)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공용 인터페이스(public interface)를 구성한다. 공용 인터페이스의 개념은 뒤에서 다룰 객체지향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캡슐화'로 이어진다.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객체와 책임이 제자리를 잡은 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객체와 책임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구현에 뛰어드는 것은 변경에 취약하고 다양한 협력에 참여할 수 없는 비자율적인 객체를 낳게 된다.
책임의 분류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knowing)" 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doing)"로 구성된다.
크레이크 라만은 이러한 분류 체계에 따라 책임을 크게 "하는것"과 "아는 것"의 두 가지 범주로 자세히 분류하고 있다.
- 하는것(doing)
- 아는것(knowing)
법정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서 두가지 범주의 책임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 왕은 재판 집행이라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먼저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도록 요청한 후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언을 하라고 요청한다. 이 경우 왕은 재판에 참여하는 "다른 객체들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율"하고 있다. 따라서 왕은 "하는것"과 관련된 책임을 수행한다.
- 하얀 토끼는 목격자가 모자 장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모자 장수가 증인석에 입장하도록 요청한다. 첫 번째 책임은 "관련된 객체에 대해 아는 것"에 해당하고 두 번째 책임은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 모자 장수의 경우 스스로 증인석에 입장해야 하는 책임과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증언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책임은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의 범주에 해당하고 두 번째 책임은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것에 관해 아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자 장수 역시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두 가지 종류의 책임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책임과 메시지
협력 안에서 객체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이 전송됐을 경우에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한다.
결국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전송한 요청은 그 요청을 수신한 객체의 책임이 수행되게 한다. 이처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을 메시지 전송(message-send)이라고 한다.
메세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책임과 협력의 구조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책임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 물론 언제가는 모자 장수가 어떻게 증언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겠지만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위해 왕과 모자 장수가 상호 협력해야하고, 이를 위해 '증언하라'라는 메세지를 송신하고 수신할 수 있다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객체지향 설계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수행하고 어떤 객체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고 어떤 메서드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메시지에 대한 개략적인 윤곽을 잡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않다.
역할
책임의 집합이 의미하는 것
협력의 관점에서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의 집합을 수행한다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모자 장수가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증인석에 입장한다'와 '증언한다'라는 책임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모자 장수는 '증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역할이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때문
ex)판사로써 주관하던 왕이 앨리스가 증인으로 채택된 시점에 여왕에게 자신의 일을 위임했다. 또한 모자 장수, 요리사, 앨리스가 증인으로 참석하는 재판 과정은 전체적으로 그 흐름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판이 이뤄지는 세 가지 과정은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이점이라고는 '왕', 대신 '여왕'이, '모자장수'대신 '요리사'나 '앨리스'가 협력에 참여한다는 것 뿐이다.
역할이 답이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재판과정, 즉 세 개의 협력이 주어져 있다. 문제는 협력에 참여하는 등장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이 너무나도 유사해서 하나의 협력으로 다루고 싶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재판이라는 협력 과정 속에서 하트 왕과 여왕은 '판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자 장수와 요리사 그리고 앨리스는 '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판사'와 '증인'이라는 역할(role)을 사용하면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협력으로 추상화 할 수 있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협력 안에서 역할은 "이 자리는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ᄄᅠᆫ 개겣라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객체라도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이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ex)하트 왕이 '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판사'가 수신할 수 있는 '재판하라'라는 메시지를 동일하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 장수를 '증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증인석에 입장하라'와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객체지향이 제공하는 많은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재사용, 유연한 설계)
요약하자면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며 다양한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simplicity), 유연성(flexibility), 재사용성(resuability)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의 추상화는 설계자가 다뤄야 하는 협력의 개수를 줄이는 동시에 구체적인 객체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함으로써 협력의 양상을 단순화한다. 결과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설계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워진다.
대체 가능성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호환돼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라. 어떤 객체가 증인이라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객체가 증인석에 입장할 수 있고 증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객체는 협력 안에서 역할이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객체가 역할에 주어진 책임 이외에 다른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ex)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왕은 재판을 할 책임뿐만 아니라 국정을 돌봐야 할 추가적인 책임을 가지고있다.
결국 객체는 역할이 암시하는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의 타입과 역할 사이에는 일반화/특수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특수화 관점에서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역할은 일반화이며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객체의 타입은 특수화다.
요약하면 역할의 대체 가능성은 행위 호환성을 의미하고, 행위 호환성은 동일한 책임의 수행을 의미한다.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흔한오류
많은 사람들은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객체가 존재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객체가 상태의 일부로 데이터를 포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는 단지 객체가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료일 뿐이다.
객체지향에 대한 두 번째 선입견은 객체지향의 클래스와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시스템의 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적인 클래스가 아니라 협력에 참여하는 동적인 객체들이며, 클래스는 단지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표현하고 생성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구현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입문자들이 데이터나 클래스를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이유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각 객체를 독립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앨리스 이야기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객체를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떼어놓은 채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클래스로 구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속삭인다.
협력을 따라 흐르는 객체의 책임
객체지향 설계방향(매우중요!!)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은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정된 요청과 응답의 흐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될 책임이 된다.
일단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고 나면 책임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이 된다.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객체가 수행하게 될 적절한 책임, 즉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해야한다. 그리고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행동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클래스의 구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스와 데이터는 협력과 책임의 집합이 결정된 후에야 무대 위에 등장할 수 있다.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누군가는 재판을 진행해야 하고 누군가는 증인을 증인석으로 불러야 하며 누군가는 증언해야 한다. 이처럼 협력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책임을 먼저 고안하고 나면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객체를 선택하게 된다. 어떤 책임은 왕에게, 어떤 책임은 하얀토끼에게, 어떤 책임은 모자 장수에게 할당하면서 책임을 각 객체에게 할당해 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할당된 책임은 왕과 하얀토끼, 모자 장수라는 객체들이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을 정의하게 된다. 이제 행동이 결정됐으니 각 객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행동이 결정된 후에야 왕과 하얀 토끼, 모자 장수를 구현하는 클래스를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협력이라는 견고한 문맥이 갖춰지면 우리의 초점은 협력을 위해 필요한 책임의 흐름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협력에 필요한 책임을 책임을 결정하고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과정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수행했는지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한다.
각 객체가 가져야 하는 상태와 행위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그 객체가 참여할 문맥적인 협력을 정의하라.
객체지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히 자율적인 동시에 충분히 협력적인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객체를 충분히 협력적으로 만든 후에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를 충분히 자율적을 만드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 기법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유용한 세 가지법을 살펴보자.
책임-주도 설계 방법은 협력에 필요한 책임들을 식별하고 적합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한다.
디자인 패턴은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해결 방법을 정의해 놓은 설계 탬플릿의 모음이다.
패턴은 전문가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식별해 놓은 역할, 책임, 협력의 모음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먼저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구체적인 코드를 추가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완성해나가는 방식을 따른다.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달리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가 아니라 설계를 위한 기법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핵심은 테스트 작성이 아니다. 테스트는 테스트-주도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보너스 같은 것이며, 실제 목적은 구체적인 코드를 작성해나가면서 역할, 책임, 협력을 식별하고 식별된 역할, 책임, 협력이 적합한지를 피드백받는 것이다.
책임-주도 설계
객체지향 설계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고안하고, 협력에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식별한 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를 식별해 나가는 과정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올바른 책임을 올바른 객체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객체지향 언어를 사용하거나 UML과 같은 모델링 언어를 이용해 설계의 밑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효율적이고 견고한 객체지향 시스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개발 단계에 걸쳐 객체의 역할과 책임, 협력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기법과 체계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객체지향 설계 방법은 라베카 워프스브록이 고안한 책임-주도 설계 방법이다.
말 그대로 객체의 책임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설계 방법을 말한다.
시스템의 기능은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분할되고 각 책임은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된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도중에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정보나 기능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객체를 찾아 필요한 작업을 요청한다. 요청된 작업을 수행하는 일은 이제 작업을 위임받은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된다.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작업을 요청하는 행위를 통해 결과적으로 객체들 간의 협력 관계가 만들어진다. 만약 책임을 여러 종류의 객체가 수행할 수 있다면 협력자는 객체가 아니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된다.
이처럼 책임-주도 설계에서는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하고, 각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협력자를 찾아 해당 협력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객체들의 협력 공동체를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자율적인 동시에 다른 객체와 우호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협조적인 객체들도 이뤄진 생태계를 구성하게 된다.
객체지향 시스템을 설계하는 절차(책임-주도 설계)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객체에게 책임 전가)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 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된다.
디자인 패턴
책임-주도 설계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을 고안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제시한다.
반면 디자인 패턴은 특정한 상황에서 설계를 돕기 위해 모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과거의 설계 경험이다.
패턴은 모범이 되는 설계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한 가지 특징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이전의 훌륭한 결과물을 모방하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패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의 쌍으로 정의된다.
패턴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학 서술하고, 패턴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함께 설명한다.
패턴은 반복해서 일어나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설계가 왜(why)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이류를 설명한다.
만약 특정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 패턴을 잘 알고 있다면 책임-주도 설계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따르지 않고도 시스템 안에 구현할 객체들의 역할과 책임, 협력 관계를 빠르고 손쉽게 포착할 수 있다. 디자인 패턴은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테스트-주도 개발
테스트-주도 개발은 애자일 방법론의 XP의 기본 프랙티스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설계기법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기본 흐름은 실패하는 테스트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가장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후(이 시간 동안에는 중복이 있어도 무방하다), 리팩터링을 통해 중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스드-주도 개발을 통해 "작동하는 깔끔한 코드(clean code that works)"를 얻을 수 있다.
테스트-주도 개발이 응집도가 높고 결합도가 낮은 클래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하는 최상의 프랙티스인 것은 맞지만 객체지향에 대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은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테스트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가 이미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객체에게 어ᄄᅠᆫ 메세지를 전송할 것인지에 관해 먼저 생각하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 같은 종류의 충고는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객체를 바라보지 않을 경우 무의미하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수행할 객체 또는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객체의 역할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 어떤 결과를 반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객체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코드의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의 기본 개념을 따른다. 사전 설계 없이 테스트-주도 개발을 진행하는 개발자들은 책임-주도 설계의 단계적인 절차와 기법들을 짧은 시간에 감각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요구사항으로부터 특정 패턴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패턴을 목표로 빠르게 테스트를 작성한다. 협력 안에서 객체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고 이것이 클래스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장치로 구현되는 방식에 대한 감각을 갖춰야만 효과적인 테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를 테스트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좀 더 빠르고 견고한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상으 설계 프랙티스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다양한 설계 경험과 패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온전한 혜을 누리기가 어렵다.
테스트 -주도 개발은 객체지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한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의 기본 개념과 다양한 원칙과 프랙티스, 패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좋은 설계에 대한 감각과 경험을 길러야만 적용할 수 있는 설계 기법이다.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고 객체지향의 원칙을 적용하려는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서만 테스트-주도 개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객체지향을 강력하게 만드는 비밀은 책임과 메세지에 숨겨져 있다!
※ 출처 - 조영호 :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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